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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서 별이 안 보이는 이유? 라이트돔 현상과 빛 공해의 정체

익힘책주인 2025. 7. 25. 02:27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 어릴 적 기억과는 다른 풍경에 놀라게 됩니다. 도시에서는 수많은 별이 사라진 듯 보이고, 별똥별을 보거나 은하수를 관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걸까요?

 

그 답은 라이트돔 현상(Light Dome Effect), 즉 빛 공해(Light Pollution)에 있습니다.

 

라이트돔 현상이란 무엇인가?

라이트돔 현상은 도시의 인공 조명이 밤하늘로 퍼져 올라가면서, 하늘이 마치 돔(dome)처럼 밝게 빛나 별빛을 가려버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가로등, 건물 조명, 광고판 불빛 등이 밤하늘에 반사되면서 별빛보다 강한 인공광이 시야를 덮어버립니다. 이 때문에 사람의 눈은 어두운 별빛을 감지하지 못하고, 하늘은 흐릿하게 보이게 됩니다.

이 현상은 영어로 ‘라이트 폴루션(Light Pollution)’이라고 불리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천문연맹(IAU)에서도 중요한 환경 문제로 다룹니다. 특히 대도시권 주변에서는 별자리 관측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왜 도심에서 별이 안 보일까?

별빛은 지구에서 약 수십억 km 떨어진 곳에서 오기 때문에 매우 희미합니다. 반면 도심의 인공 조명은 가까이에서 강한 빛을 내기 때문에, 우리의 망막은 밝은 빛에 적응(명순응)하며 어두운 별빛을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대기 중 미세먼지와 수분이 인공 불빛을 산란시켜 하늘 전체를 밝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별은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존재하고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 그리고 야간 조명이 많은 지역일수록 심화됩니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밝은 행성 몇 개를 제외한 별자리조차 보기 힘들어 천문 관측이나 야외 별 감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도심보다 시골에서 더 별이 많이보이는 이유

 

라이트돔 현상이 불러오는 문제

  • 천문 관측의 어려움

도심의 라이트돔 현상은 천문대와 아마추어 천문가 모두에게 큰 제약을 줍니다. 별자리나 은하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심을 벗어나야 하며, 관측 가능한 하늘의 밝기 수준을 나타내는 보틀(Bortle) 스케일에서도 도심은 최악의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이로 인해 연구 기관은 산지나 사막 등 먼 지역에 천문대를 세워야 하고, 유지 비용과 접근성 문제가 뒤따릅니다.

  • 생태계 교란

철새, 바다거북, 곤충 등 많은 생물은 별빛과 달빛을 따라 이동하거나 번식합니다. 그러나 도심 불빛이 강해지면 이들이 방향 감각을 잃고 이동 경로를 잘못 잡아 생존율이 떨어집니다. 실제로 해안가에서 부화한 바다거북 새끼들이 바다 대신 도심의 불빛을 향해 이동해 목숨을 잃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 인간 건강 문제

라이트폴루션은 인간의 생체 리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과도한 야간 조명은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해 수면의 질을 낮추고,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 면역력 저하,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빛 공해가 청소년과 야간 근무자에게서 집중력 저하와 만성 피로를 일으킨다는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라이트돔 현상을 줄이는 방법

라이트돔 현상은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불필요한 조명 줄이기
    야간 광고판, 경관 조명을 줄이고 필요 없는 조명은 소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조명 방향 조정
    빛이 하늘로 퍼지지 않도록 조명의 각도를 조정하거나 차광 장치를 사용합니다.
  • 국가·지자체 정책
    국내에서도 일부 지자체가 ‘빛 공해 방지 조례’를 시행하며, 천문대 주변은 ‘빛 공해 방지 구역’으로 지정되기도 합니다.
  • 별 관측 장소 이동
    도심에서 벗어나 교외나 산간 지역,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면 훨씬 더 많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해외와 국내 라이트폴루션 이슈

  • 해외
    미국, 유럽 등에서는 ‘다크 스카이 파크(Dark Sky Park)’를 지정해 인공 조명이 최소화된 천문 관광지를 운영합니다.
  • 국내
    우리나라에서는 영월 별마로천문대, 보현산 천문대 등지에서 비교적 깨끗한 밤하늘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수도권 주변에서도 라이트폴루션 지도가 공개돼, 별 관측 가능 지역을 안내하는 앱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정리하며

라이트돔 현상은 도시 불빛으로 인해 별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대표적인 빛 공해 현상입니다. 이는 천문 관측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생태계와 인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고, 관측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만으로도 별빛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다음번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 보이지 않는 별들을 가리고 있는 도시의 빛을 떠올리며 별을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